올 9월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누가 책임지나?
준비안된 행정, 안일한 행정, 무책임한 행정…세금쓰고 비난만…
여수 엑스포 시설 활용 안해…여수·광양 항만공사 시설 사용 50% 할인 제안도 거절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영록 전남지사가 23일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인 여수시 돌산 진모지구를 방문해 시설조성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전라남도)
(뉴스9=이호철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일주일 여만에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장’을 다시 찾아 대회의 차질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두 번째 방문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발언 이후, 김 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여수를 찾으며 범정부 차원의 박람회 챙기기에 나섰다.
반면 ‘여수세계섬박람회’ 이름만 들으면 거창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제2의 잼버리나 다름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은 김민석 총리가 23일 현장을 재방문해 점검을 마친 이유다.
안전 사고와 교통대란 우려가 빗발쳤던 돌산 진모지구 간척지를 주 행사장으로 그대로 쓰겠다고 승인 한 뒤에 감춰진 무책임과 거짓말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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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 간척지를 주 행사장으로 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
우선 언론 보도들 행태부터 짚고 넘어가야한다. “여수세계섬박람회 논란 일단락”, “원한 고수” 같은 제목을 뽑으면서 마치 큰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민들이 그토록 걱정하던 안전 문제, 그 좁은 돌산길의 교통 지역 우려가 단 하나라도 시원하게 풀렸느냐에 의문이 든다.
오히려 김민석 총리는 점검 회의에서 여수시의 논리가 맞아서가 아니라 총리가 대놓고 나는 책임 없다며 발을 빼는 모양세다. 총리도 수습이 안 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여수 엑스포 행사장이 멀쩡히 있는데도 이걸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수조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엑스포 전시관, 국제관, 주제관이 바로 옆에 있는데 왜 굳이 아무것도 없는 갯벌 간척지에다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서 임시건물을 올리고 행사장을 새로 만드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쓸만한 집을 비워두고 굳이 비바람치면 무너질지도 모를 텐트를 새로 지어서 손님을 맡겠다는 꼴이다. 이게 정상적인 행정인가? 이걸 승인한 김민석 총리는 뭐라는 걸까?
주체 및 책임 관련 엄밀하게 보면 ‘여수섬박람회’ 국제 박람회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나 ‘고양세계꽃 박람회’처럼 기초 단체가 컨텐츠를 갖고 만든 행사다.
하지만 엄격하게 여수 시민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생각할 때 국가가 공인했던 국제 행사로서의 여수 엑스포 같은 행사와는 다른 행사다.
자칫 잘못하면 오해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여수 시민들도 여수 엑스포 같으면 또 하나 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일반 시민들도 여수에서 그러면 또 하나 보다 생각한다.
김 총리의 발언 중 “사실은 여수시가 국제적 성격을 갖추려고 준비하고 있는 행사고 그래서 예산과 책임도 여수시가 반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에 광역 단체가 그의 반, 국비는 반에 반에 반 정도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책임성을 명료하게 하고 준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회의 중에 나온 발언을 들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김 총리는 방문 점검 취지와 다르게 이번 박람회를 두고 국가 행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초 자치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니까 나중에 사고가 나면 여수시의 책임이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2012년 여수 엑스포 때와는 급이 다른 행사라고 선을 그으면서 정부의 지원은 최소화하고 책임은 전가하겠다는 계산이다. 예산 구조만 봐도 국비나 도비 보다 여수시민들의 혈세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이에 정부는 잘되면 정부덕, 문제 발생하면 여수시 책임이라며 미리 퇴로를 열어두고 있다.
한편 김 총리가 “2022년 장소를 결정할 때 5년이나 시간이 남았는데 왜 텅텅 비어 있는 전시관을 활용할 생각을 안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여수시 관계자는 “입주한 식당, 갤러리, 웨딩홀을 비우라고 할 수 없어서 새 장소를 찾았다”는 뻔뻔한 변명을 하고 있다.
여수 엑스포 전시장이 평소에 얼마나 한산하고 비어 있는지 여수 시민들 중에 모르는 사람은 없다. 5년 뒤 예약이 꽉 차서 못 썼다는 건 누가 봐도 궁색한 변명이다.
엑스포 시설 관리 주체인 여수·광양 항만공사는 섬 박람회장으로 쓴다면 임대료를 무려 50%나 깎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었다. 그런데 여수시는 예약이 꽉 찼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며 이를 거절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국제관 일부만 겨우 임대 중이고 랜드마크인 주제관은 14년째 유령 건물처럼 비어 있다. 이런 명확한 팩트를 김 총리는 몰랐던 건지 아니면 보고를 받고도 그냥 넘어간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교통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 총리 본인도 여수 시가 들고 온 대책을 보고 이게 해결책이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돌산지구는 지금도 주말만 되면 병목 현상으로 도로가 마비되는 곳이다. 여기에 300만 관람객이 모이는 것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돌산 주민들의 일상을 마비시키는 재앙이다.
그런데도 김 총리는 원한 대로 하자는 결론을 냈다. 더욱 황당함은 104억원짜리 인공섬 논란에서 정점을 찍었다.
물로 둘러싸인 구조물인데 왜 인공섬이라 홍보해서 긁거 부스럼을 만드느냐며 김 총리가 여수시의 인공섬이 아니라고 해명하라고 코칭을 했다.
물 위에 떠 있으면 그게 섬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었으면 당연히 인공섬이다. 본질은 명칭이 아니다. 간척지 전시장 조성에는 17억 원만 배정하면서 껍데기뿐인 랜드마크 만든답시고 인공섬에 104억 원을 투입하는게 정상인가다. 그 돈이면 여수에 널려 있는 365개 자연섬들을 제대로 가꾸고 주민들 생활 여건 개선하는데 쓰는게 박람회의 취지에 맞다.
이번 박람회 운영책임이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는 여수시를 거들었다. 섬 박람회니 섬의 행사장을 만드는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편다.
다리가 두 개나 놓여서 이미 육지나 다름없는 돌산이 섬인지, 섬개발 촉진법상으로도 연육교가 생긴지 10년이 넘으면 섬의 지위를 잃게 된다.
법적으로도 육지인 곳을 섬이라고 우기는 건 서울 여의도에서 섬 박람회를 열자는 것과 같다. 섬이 많은 전남도지사가 섬의 개념도 박람회의 본질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제대로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심지어 김 지사는 김 총리에게 여객선 운임 국비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건 이미 섬 박람회 예산으로 확보되어 있다. 이미 섬 반값 여행을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해놓고서 총리 앞에서 엉뚱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는 전라남도 행정의 컨트롤 타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