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예술의 대화 박수근(父) ·박성남(子) 2인전, 한국 미술의 정신을 잇다

뉴스9

 

세대를 잇는 예술의 대화 박수근(父) ·박성남(子) 2인전, 한국 미술의 정신을 잇다

 

25a067d4ca0d309bdb467ee20a5c7434_1772803703_2872.png
두 세대간의 대화 초대장 (세계아트미술관 제공)


(뉴스9=김영진기자)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와 그 예술적 유산을 오늘의 조형 언어로 이어가는 작가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두 세대 간의 대화 – 박수근(父), 박성남(子)》 전시는 한국적 서정을 대표하는 화가 박수근과 그의 예술적 전통을 계승하며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박성남의 작품을 함께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전시는 3월 4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DB금융센터 알파클럽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 작가의 예술적 정신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적 서정과 서민의 삶을 담은 화가 박수근

한국 미술사에서 박수근은 한국적 서정과 서민의 삶을 화폭에 담아낸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과 가난의 시대를 살아가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대표작인 「빨래터」, 「우물가」, 「나무와 두 여인」 등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특별한 사건의 주인공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풍속적 기록을 넘어 공동체적 삶의 따뜻한 정서를 담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의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첫번째 특징은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거친 화면 질감, 그리고 다양한 안료를 병치혼합 하여 오히려 절제되어 보이는 색채라고 말할 수 있다. 안료를 두텁게 쌓아 올린 표면은 마치 돌을 깎아 만든 듯한 질감을 형성하며, 이는 한국적 자연과 토속적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두번째의 중요한 특징 형태의 단순화와 안정된 화면 구조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세밀한 묘사보다는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며, 화면 전체는 안정된 구성 속에서 정적인 균형을 이룬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개인의 개별적 특징보다는 공동체적 인간상을 강조하며,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적 존엄과 따뜻한 정서를 드러낸다. 동시에 두터운 마티에르와 제한된 색채는 화면에 시간의 흔적과 삶의 무게를 축적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박수근의 회화는 일상의 소박한 장면을 통해 인간 삶의 보편적 정서를 드러내며, 한국적 리얼리즘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한 작품 세계로 평가된다.

d831dd202774950272dbbc2bbf2dd247_1772804579_6681.jpeg
그리움 층이 빛으로 (박성남 2020년)

기억과 빛의 층위를 탐구하는 박성남의 회화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작가는 그의 장남인 화가 박성남이다. 1947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박성남의 작업은 부친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창적인 결을 표현하며 기억과 존재, 그리고 인간 내면의 정신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리움 층이 빛으로」(2020)와 「Kenosis 달밤」(2025)은 이러한 작가의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의 화면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색채가 여러 층으로 중첩되며 시간과 기억의 축적을 암시한다. 특히 빛의 이미지는 작품 속에서 중요한 상징적 요소로 등장하며 화면 전체에 서정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박성남의 회화는 추상적 화면 구조와 서정적 감성의 결합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혼합 재료를 활용해 물성과 색채의 층위를 형성하고, 그 위에 빛의 흐름을 더함으로써 화면에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d831dd202774950272dbbc2bbf2dd247_1772804643_9375.jpeg
Kenosis 달밤 (박성
남 2025년)

이러한 작업 방식은 물질적 질감을 중시했던 박수근의 회화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면서도 기억과 영성을 담은 현대적인 추상적 표현으로 확장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특히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Kenosis’(자기 비움)라는 개념은 신학적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의 작품이 인간 존재와 내면적 성찰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가족’, ‘삶의 기록’, ‘한국적 미학’을 주요 축으로 구성된다. 한 공간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관람객은 서로 다른 시대의 예술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박수근의 회화가 한국적 삶의 원형적 정서를 담아낸 작품 세계라면, 박성남의 작업은 그 기억과 정신을 오늘의 조형 언어로 확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대와 표현 방식 속에서도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는 공통된 가치가 두 작가의 작품을 연결한다.

최근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거장의 작품 세계와 그 정신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의 작업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두 세대 간의 대화 – 박수근, 박성남》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한 흐름을 형성해 온 예술적 정신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조형 언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이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이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진기자 jebo@news9.co.kr

Copyright © 뉴스9.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 , ,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